도서관

도서관

도서관은 책, 잡지, 영상 매체, 마이크로필름 등의 다양한 자료를 공공 기관, 단체나 개인이 수집·정리하여 민간 또는 특정 사용자들이 열람하고 대출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자 문화 및 정보의 중심지다. 위키백과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서 도서관의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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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학교 2024학년도 1학기 글쓰기경진대회에 출품한 글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리나라 성인 평균 연 독서량이 1권에 못 미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오늘날 인터넷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게 된 영화와 드라마부터 웹툰이나 숏폼 콘텐츠와 같은 뉴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꼭 책이 아니더라도 향유할 수 있는 문화생활의 범위가 놀라울 정도로 넓어졌다. 심지어 책을 읽는 사람들조차도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을 구매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대학은 저마다 도서관을 운영 중이며, 그렇게 운영되는 학교 도서관은 각 대학의 상징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나 역시 우리 대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그렇다면, 갈수록 책과 멀어져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도서관은 많은 서적을 모아 정리해둔 곳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수많은 서적이 각자의 분야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늘어져 있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떠올릴 때면 작은 소리도 내기 조심스러울 정도로 고요하고 딱딱한, 정적인 분위기를 상상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지루한 곳’이라 치부해버리고 찾기를 꺼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운대학교의 도서관을 생각해보자. 우리 대학의 중앙도서관은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 있는 공간일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 실제로 매일 중앙도서관 곳곳은 저마다의 이유로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도서관에 자리 잡은 학생들을 살펴보면, 도서관에 갖춰진 책을 읽는 모습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참으로 모순적인 현상이다. 그럼 도서관은 본래 목적을 잃어버린 허울뿐인 공간인 것일까? 만약 우리 학교 도서관이 단순히 책으로만 둘러싸인 곳이었다면 틀린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광운대학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도서관의 의미를 재구성하였고, 위 물음에 대한 답을 ‘그렇지 않다’로 정의했다.
먼저, 중앙도서관에 자리하고 있는 오픈열람실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오픈열람실은 별도 예약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창가에 마련된 자리들과 소파, 나름의 질서에 맞춰 배열된 책상들은 도서관이라기보단 카페에 가까운 풍경을 자아낸다. 학생들은 혼자 또는 선후배, 동기와 함께 이곳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수업 과제나 시험공부를 하기도 하고, 팀원들과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거나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질문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흔히 생각하는 조용한 도서관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들이다. 어쩌면 오픈열람실은 서로가 알고 있는 지식과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함께 성장해갈 수 있도록 하는 본질적인 대학 교육이 가장 잘 실현되고 있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자유 열람실을 떠올려보자. 자유 열람실의 모습은 독서실이나 요즘 유행하는 스터디카페를 연상시킨다. 미리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도서관 내의 키오스크를 이용해 좌석을 예약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곳은 매 시험 기간이 되면 얼마 남지 않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독립된 공간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공간이다. 2층에 마련되어 있는 ‘집현전’은 그룹 스터디룸으로 여러 명의 인원이 한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외에도 1층 로비와 2층 곳곳에 마련된 소파와 의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있는 휴식 공간 등은 도서관을 살아 움직이는 동적인 공간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중앙도서관 건물 1층에 마련된 상가 공간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곳에는 편의점과 음식점, 카페들이 입주해 있는 만큼 학생들은 물론 인근의 시민들도 자주 찾는다.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닌 하나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스며든 것이다.
도서관의 본래 의미인 ‘책을 읽는 공간’은 인문과학 자료실과 자연과학 자료실에 구현되어 있다. 각각 1층과 2층에 자리해있는 두 자료실은 방대한 도서 자료를 찾고 읽을 수 있도록 책장과 책상들이 마련되어 있다.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통화 부스와 중앙에 꾸며진 초록빛 식물, 각 책상에 놓인 은은한 스탠드 조명들은 자칫 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자료실이라는 공간에 재차 활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책들을 짊어진 채 자료실을 누비는 로봇을 볼 때면, 0과 1이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도서관의 본래 의미를 재해석해 새로운 공간으로 실현하려는 광운대학교의 의지를 또 한 번 엿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도서관의 중요한 공간들을 모두 소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곳이 있다. ‘공간’이 반드시 물리적 형태를 가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제 공간의 의미를 디지털로 확장해볼 차례이다. 광운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다양한 웹 DB를 사용할 수 있다. 도서관의 자료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외부 연구 기관의 논문이나 단행본과 같은 학술 자료를 검색하고 열람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 볼만한 곳은 전자책 서비스이다. 물론 현재는 신청을 통해 한정된 인원을 받아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 인원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의 공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전자책의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접근성에 있다. 특히 수업 자료를 노트북이나 태블릿PC에 저장해 읽고 필기하는 현대의 대학생들에게 전자책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매체이다. 그러나 이 가상의 공간이 실재하는 도서관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책 서비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적이 학교 도서관 안에는 있을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 종이책만의 질감과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도서관에서 읽은 서적을 동기로 하여, 집에 가는 길에 관련된 소재의 전자책이나 학술 자료를 찾아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도서관 안의 오픈열람실이나 휴식 공간과 같이 자료실이 아닌 공간에서 전자책을 읽기도 한다. 즉, 디지털과 현실에서의 도서관은 서로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매개로 하여 연결되어 있다.
광운대학교의 중앙도서관은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옅어져가는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되짚어보고 시대에 맞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는 공간이다. 딱딱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기존 도서관과 달리 적재적소에 배치한 여러 공간과 소품은 도서관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또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키오스크를 통한 좌석 예약, 책 운반 로봇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여 디지털 기술과의 공존을 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홈페이지에서의 웹 DB와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도서관의 공간을 디지털로 확장하는 동시에 그 디지털의 세계가 다시 실재하는 도서관 공간으로 이어지게끔 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광운대학교의 이러한 시도는 0과 1이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정표를 세워준다. 지금 우리 학교의 도서관을 찾아, 힘차게 살아 움직이는 이 동적인 공간의 일원이 되어 보는 것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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